이갑철(李甲哲, 1959- )의 사진은 우리 땅의 사람과 자연을 스트레이트기법으로, 그러나 어딘가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팔십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연작들을 거치며 심화된 주제의식과, 빠른 스냅 샷 기법의 단련을 통해 이룬 그만의 사진세계다. 색다른 장소나 상황에 대한 호기심, 사진적 순간성에의 탐구로 시작된 ‘거리의 양키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구조물의 관계에 주목했던 ‘도시의 이미지’, 이 땅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소외감을 다룬 ‘타인의 땅’을 거쳐, 우리 전통과 문화의 정신을 찾는 ‘충돌과 반동’ 연작에 이르러 그 기묘한 세계는 절정에 달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 와 ‘기록’하지 않으면서 말하려 한 이갑철의 문법은, 다큐멘터리 장르의 확장이자 그의 사진을 현대적이고 당대적이게 하는 지점이다.
-열화당 사진문고 『이갑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