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of Glory_ 뭉우리돌을 찾아서
서문_
대한이 살았다
두만강을 건너고 하와이와 멕시코 이민 배에 올랐던 디아스포라 1세대들은 대부분 다시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무치는 그리움만큼이나 이 땅을 잊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애잔하고 절절한
멸시와 핍박의 역사는 이 나라의 반석이 무엇인지 소리 없이 말하는 것만 같다.
가만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독립운동사를 마주하게 된다. 나라 잃은 슬픔과 일제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오르던
디아스포라 1세대들은 멀리 바다 건너에서도, 시베리아 저편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독립의 밀알이 되고자 했다. 그들은 그 먼 타향에서 일제에 맞서 무슨 일을 해 나간 걸까.
‘Land of Glory_ 뭉우리돌을 찾아서’는 국외독립운동사적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을
기록한 내용이다. 작업은 2017년 인도를 여행하던 중 델리 레드 포트(Red
Fort)가 우리 독립운동의 현장이란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소름이 돋았다. 인도라니. 레드 포트는 한국광복군이 파견돼 영국군 밑에서 훈련을
받던 곳이다. 처음엔 이런 사실이 잘 믿겨지지가 않았다. 레드 포트를
톺아보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공간을 해석하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른 여행에선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오래된 나무들, 허물어져 가는 건물,
현지인들 표정 하나까지 모든 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세계지도 위에 선을 그렸다 지웠다 하며 중국, 멕시코, 쿠바, 미국, 네덜란드,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을 여행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고 거기 남아 있는 독립운동사적지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업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드넓은 만주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수많은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가장 많이 마주한 풍경은 공(空)이었다. 하지만 어찌 그 공이 평범한 공이겠는가. 실존했으나 현존하지 않는 모습을 어떻게 해서든 담아내고
싶었다 비록 그 현장의 이야기를 사진 미학적으로 다 풀어 내지 못한들, 잠시 그 곳에 사진가 스스로 존재
했단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 온 것만 같다. 그 길었던 외면은 불과 100여 년 전 있었던 치열했던 투쟁의 역사를 서서히 좀 먹어가는 중이다. 고백하건대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였고, 알려고 하지 않던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 세계에 보석처럼 박혀 민족의 등불이 된 이 현장들을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는
기록할 때 역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표지판 없는 사적지, 이력 한줄 없는 무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민족의 뿌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발견하게 될 거다. 혹은 땅을 치며 우린 왜 이것밖에 되지 않을까,
하고 한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잃어버렸던 역사를 오롯이 기억하는 일이다. 그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21세기 독립운동이자 대한이 사는 길이다.
 
 
 
김동우 작가 아티스트 토크
 
일시 : 4월21일 (수) 오후 7시-9시
장소 : 라이카 스토어 청담
신청 링크 : https://forms.gle/uoCM25wEkxjssZaA9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동우 KimDongWoo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한동안 신문사 기자로 글밥을 먹고 살았다.
그러다 행복이 직장에 없음을 깨닫고 퇴직금을 들고 세계일주를 떠난다. 긴 여행 뒤
에세이 등을 출간 했지만, 이젠 꿈이 아닌 생활이 걱정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틈틈이 세계일주 시즌 2를 준비한다. 덩달아 줄곧 공부하던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갈증도 더해졌다. 질끔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손엔 라이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나만의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또 다시 세계일주 비행기에 오른다. 운명이었을까. 아님 또 다른 기행이었을까.
왜 인도에서 남들이 관심도 안 갖는 독립운동사를 찾아봤을까. 그렇게 델리 레드 포트가
광복군의 훈련지란 사실을 알게 된다. 목덜미를 타고 이상한 기운이 스미는 기묘한 체험이었다.
마치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이런 걸 신내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국외독립운동사적지 등 우리 역사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