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isi Park, Casual Pieces 5. Family Trip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 물끄러미 / 물 / 꾸러미 /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 알고 보니 내 것인 / 물 한 꾸러미 /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_ 김혜순 ‘당신의 눈물’ 중에서
 
 
바라보는 자는 항상 시선의 권력을 가진다. 하지만 <Family Trip>의 사진들은 김혜순의 시에서처럼 그 시선의 위계를 뒤엎곤 한다. 오히려 이 사진들은 사진의 대상을 감싸안고, 열망하며, 그 안의 사람들이, 그 속에 담긴 풍경이 카메라를 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나를 바라봐 주길 원한다. 스쳐보던 시선이 나를 만나는 순간 나는 그 안에 머물고 싶다.
 
최근 하시시 박의 사진에서 카메라는 더 이상 대상과 사진가 사이에 서지 않는다. 지난 “Casual Pieces” 전시들이 필름 카메라의 다양한 기계적 효과가 만들어내는 우연의 변주를 적극 포용하는 작업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면, 이제 카메라의 렌즈는 그의 눈이다. 셔터를 누르는 건 자신과 카메라가 아니라 그 반대로 대상이 되는 사람들, 사물, 풍경 그리고 세계다. 시선의 위계가 교란되면 주체와 대상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그 경계는 사진을 찍고, 저장하고, 선택하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다시 소환된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면서도 헤어지는 순간이다. 가까우면서도 멀게 만들어야 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몰라야 한다. 그렇기에 <Family Trip>은 눈부시고 평화로운 가족 여행의 단편을 보여주면서도, 하나 하나 슬프고 아프다. 우리가 보는 건 가족 여행 사진이 아니라, 너에 대한 사랑 고백, 너를 나로 받아들이고, 다시 독립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_구예나 (독립 미술 프로젝트 매니저)
하시시박 Hasisi Park
· <VICE> 매거진 영국판으로 데뷔, <NYLON>, <apartamento>등 해외매체 작업
· F(X), B1A4, 브로콜리 너마저 등 뮤지션 앨범 커버 작업
· ≪CASUAL PIECES≫ 개인전 시리즈 다수 개최
· 영화 전공, 영상 디렉터로도 활동